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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강제와 자율의 사이에서..
김미자 교수  |  ysupress@webmas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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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7.08.22  14: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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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고 싶어 한다. 특히 학생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억지로 또는 강제로 뭔가 해야 한다면 아예 안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때로는 강제적일 때 결과가 더 좋은 경우도 많다.

지난 7월 벡스코에서 ‘2017 부산 진로 진학 박람회’가 있었다. 진로탐색과 입시정보를 얻고자 하는 많은 아이들과 학생들로 붐볐다. 직업체험 부스들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 우리학교 동문이면서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님이 지도하는 공예체험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신청자를 받아 오천원을 받고 공예소품을 제작하도록 하였다. 참가한 모든 아이들이 2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정말 열심히 참가하고 결과물에 보람을 느끼고 돌아갔다. 그러나 참가비를 받으면 안 된다는 주최 측 안내로 이후에는 무료로 자유롭게 신청자에 한해 체험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완전히 반전이 일어났다. 신청자들은 대부분 5분~10분 대충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모두 자리를 떠버리는 것이었다. 오천원을 낸 것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감과 무료의 자유로움에 대한 차이는 과정과 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학과에서 버스를 대절하고 체험학습 갈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학생들이 만원이라도 비용을 낼 때와 완전 무료일 때는 참여도와 책임의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무료였을 때는 본인이 스스로 참가신청을 했다 할지라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거나 또는 그냥 가기 싫다는 이유로 오지 않는 일이 쉽게 발생한다. 비싼 버스대여 비용을 내고 버스의 많은 자리가 텅 빈 채 출발하더라도 그 손해에 대해 무관심하다.

나 자신과의 약속에서도 강제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난봄에 펜화를 그리겠다고 두꺼운 스케치북 사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거의 몇 장 넘어가질 못했다. 이번에는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도 해놓고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흐지부지 되어버린 것이다. 뭔가 소속감이 없다는 것, 꼭 해야 할 강제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쉽게 스스로의 의지를 무너트리고 결국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되어버린다.

미국에 있을 때 동판화 수업을 같이 듣던 한 여학생이 문득 떠오른다. 70대의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인데 항상 이어폰을 꽂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작품제작에 열중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수업시간 이후에도 실습실에 남아서 작품에 몰입하곤 했는데 가끔 남편이 들러 자기 부인의 작업과정이나 완성작품을 둘러보고 서로 대화를 나누던 모습은 부럽기도 했다. 그 나이에 어디다 써먹겠다고 대학공부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취업을 하겠다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공방에서 자유롭게 편하게 배울 수도 있었을 텐데 대학에서 4~50년은 더 어린 학생들과 더불어 출석이며 과제며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학교 수업을 수강하면서 배우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강제적인 틀 안에서 긴장감과 책임감을 부여해 준다.

3년 전 평생교육원 강좌 가운데 ‘사찰음식’이란 수업을 신청해서 들은 적이 있다. 요리에 특별히 관심도 많지 않고 그다지 부지런하지도 않지만 동료교수들이 함께 하자고 유혹하는 바람에 나도 사찰음식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한번 접해볼까 생각되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전문가에서 초보자까지 직업도 나이도 다양했다. 스스로 원해서 수강하는 사람들이고 실비의 수업료도 내서 그런지 눈빛도 반짝이고 다들 열심히 재미있게 배웠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다보니 하루하루가 길게도 느껴졌다.

어느새 올 여름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 때가 새삼 떠오른다. 뭔가 새로운 영역에 강제로 나를 밀어 넣지 않고 이렇게 자유로이 놔두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밀려온다. 약간의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주고 사람을 발전시킨다니 가끔은 지나친 자유만 찾지 말고 새로운 일을 찾고 몰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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