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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적당히 거리를 두고 오래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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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7.02.06  11: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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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년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들이 있다.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연락이 끊겼다가 이 나이에 다들 아줌마가 되어 만나보니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이 그 때 그 기분으로 순간이동처럼 연결되는 것도 신기했다. 그 중 한 친구는 반갑고 즐거운 아침 인사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반갑다, 친구야~’로 시작하는 사랑 가득한 인사와 함께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계속되는 아침 인사..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고 싶은 친구야~’ 사랑과 우정을 가득 전하는 친구의 메시지는 매일 계속되었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답장을 쓸까 말까 망설이게 되었다. 아침 수업 때문에, 업무 때문에, 또는 다른 일 때문에.. 나중에는 그 친구가 보내온 메시지를 열까 말까 고민하다 살짝 건너뛰게 되었다. 우리는 한 때 같은 반 친구였고 3~4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반가운 친구였지만 매일 사랑하고 보고 싶다 말하기엔 뭔가 부담이 되었나보다. 그러다보니 차츰 연락이 뜸해지고 적당히 거리를 두게 되었다. 지금은 가끔씩 정말 반갑게 연락하는 관계가 되어 오히려 상큼하고 좋다. 

  주말이나 휴일, 또는 늦은 밤에 불쑥 전화를 하거나 새벽에 카톡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다. 통화 내용은 대부분 다음 날 물어보면 되는 사소한 일이거나 조교가 퇴근한 이후라서 당장 도와 줄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전화를 받을까 말까, 답장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학생들이 아무 때나 본인이 필요할 때 불쑥 연락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친밀도를 어느 선까지 설정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지금은 옛날처럼 스승님 그림자도 밟지 못하는 시대도 아니고 학생 한명 한명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데 휴일이 무슨 대수인가. 더구나 우리 생활에 밀접한 SNS는 이미 시공간을 초월하고 있는데 새벽에 주고받는 카톡이 뭐가 문제가 되겠냐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고 교수로서 학생에 대한 무한서비스를 감내해야 한다는 압력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 교수님들 중에는 학생들과 밤낮 없이 SNS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학생들도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가 되었고 자기 자신의 위치에 맞는 적절한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하는 성인이 되었다. 어차피 교수는 교수이지 친구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내지 매너는 갖추어야 한다. 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수도 있겠지만 관계에 어울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얼마 전 한 학생에게 학과 일과 관련된 부탁을 하니 ‘저한테는 뭐가 떨어지나요?’하는 질문에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고맙다고 밥이나 사줘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갑자기 싹 사라졌다. 그 동안 학생들에게 학교나 학과에 관련된 일이라도 뭔가 부탁을 하면 돈이나 밥이나 어떠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개강을 하면 한 학년씩 올라오고 학생들도 그만큼 더 성숙해질 것이다. 새로운 얼굴들을 반갑게 만나고 이번에는 매너교육도 시켜야겠다. 서로 특별한 보상이 없더라도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관계에 맞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더 오랫동안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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