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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벨상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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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6.10.19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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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10월이면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의 여섯 개 분야에서 선정된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된다. 올해도 우리나라 수상자는 한명도 없다. 매년 실망이다. 이웃 일본은 또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학 분야에서만 3년 연속이다. 2016년 생리의학 분야에서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 2015년 같은 생리의학 분야에서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교수가 수상하였고, 2014년에는 물리학 분야에서 아카사키 이사무 메이조대 교수,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 산타 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동 수상하였다. 샘도 나지만 부럽다.

 왜 우리는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혹자들의 원인 분석과 논쟁들이 있었다. 암기식 교육이 창의성을 말살했다던가, 연구개발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던가, 과학기술인력을 홀대한다던가, 연구비 수주경쟁으로 연구주제의 선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던가, 연구 과제 성공률에 집착하여 도전적 과제를 회피한다던가하는 수많은 이유가 제시되곤 하였다. 이공계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나 약대만 선호하고 이학과 공학 분야를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거론되기도 하였다. 성과 없이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것들이 이제는 식상하기조차하다.

 위에서 언급된 사유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노벨상 수상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시절인 1930년 타밀 사람 찬드라세카라 벵카타 라만이 빛의 산란에 대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 때, 우리의 현재 상황보다 더 상을 타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을까는 의문이다. 빛의 산란에 대한 “라만효과”는 라만 분광학과 함께 물리학의 한 영역을 크게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천재의 출현이 우리나라라고 없을 수 있는가? 아직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있을 수도 있다.

 후학들에게 일본을 떠나라고 부르짖으며, 본인 스스로 일본을 등지고 미국으로 건너간 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나카무라 슈지 교수의 사례에서 우리는 과학기술인력의 홀대에 대한 문제가 우리만의 것은 아닌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해결해야만 할 문제이긴 하나, 그로 인하여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역대 한명도 없다는 것은 변명에 가깝다. 최고의 인재들이 소위 돈 되는 분야로만 몰린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주입식 교육의 원조는 원래 일본이 아닌가? 이런 모든 것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사유들이 모두 해결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수 있는 것인가? 국내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이 매우 앞당겨질 것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확언할 수는 없다. 이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 않을뿐더러, 이 시점에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을 깨뜨리고자 노력하는 것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더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금은 회수가 안 된다는 것이 맞는가? 한마디로 편견이다. 기초과학에 대비되는 응용과학 혹은 기술은 이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선행투자이다. 소위 돈 되는 응용과학에의 투자는 선행투자의 결과에 따른 후속투자일 뿐이다. 기술경쟁의 선두에 있는 국가가 선행기술 없이 이등 기술만으로 그 경쟁력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단어 그대로 선행 투자의 결과로 선행기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은 일등을 따라가기만 했던 시절에 잠재적으로 내재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젠 버려야 한다.

 응용과학 분야나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노벨상은 아무관련이 없다는 것이 맞는가? 이 또한 편견이다. 첫 발견뿐만 아니라, 첫 발명도 수상 요건에 포함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실제 사례를 들면 너무나 자명하다. 1950년대 트랜지스터, 1960년대 레이저와 더불어 최근 청색레이저의 발명에 기인한 저 전력 LED 조명에 이르기 까지, 응용 기술 분야에서의 수상자의 예는 결코 적지 않다. 동시에 그 발명들은 커다란 산업분야를 새로이 만들어 냈고, 그 발명자체가 신산업의 원천기술이 되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 원천기술들이 수상대상으로 거론되는 빈도가 늘고 있는 추세다.

 서두르지 말고 길게 호흡해야할 일을 조급한 마음으로 수상자가 나타나기를 원하는 것은 욕심이다. 이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산업분야를 개척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등으로 계속 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행기술을 확보하려면 자연스럽게 선행투자가 돼야 한다. 이제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결국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양산될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자. 기본에 충실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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